“남편이 저보다 더 한국을 사랑해요. 한국 역사도 더 많이 알걸요.”이순주 작가가 독일인 남편 알프레드 하르트(Alfred Harth)를 소개하고는 “남편이 오늘 인터뷰 기념으로 염색을 했는데 붉은 머리가 됐다”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작은 키에 단발머리를 한 이순주는 귀여워 보이는 외모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내 나이는 미술계에서도 비밀이에요. 성·국적·학력…, 이런 것들이 사람을 구분 짓게 하잖아요. 나이도 하나의 카테고리가 되는 것 같아 절대 안 밝혀요. 마음은 늘 10대니까 ‘직업 청소년’으로 살아요.”일반적 카테고리에
‘땅콩집’ 바람이 뜨겁다. 땅콩집은 한 필지에 두 가구가 똑같은 집을 지어 비용도 절감하고 공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새 주거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땅콩집을 지어주는 ‘집드림’ 프로젝트가 진행될 만큼 최근 트렌드로 등장했지만 벌써 몇 년 전 땅콩집을 지어 살고 있는 세 자매가 있다.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예술가들의 마을인 헤이리 9문으로 들어가 골목으로 살짝 접어들면 똑같은 집 세 채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헤이리 사람들은 이곳을 ‘세 자매 하우스’라고 부른다. 어디서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삽살개보존회 회원, 삼성전자 개발팀, 밴드 ‘시나브로’ 멤버….작곡가 안지홍(52)의 인물 검색 정보이다. 공학박사·삽살개·밴드 멤버·작곡가, 잘 어울리지 않는 이력의 조합에서 간단치 않은 삶이 읽혀졌다. 알고 보니 안씨는 수백 편의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혹시 ‘Homini Hominis Possunt Historiam Condonare~(사람은 역사를 용서할 수 있을지라도)’로 시작되는 드라마 ‘제5공화국’(MBC·2005년)의 장중한 시그널 음악을 기억하는지. 바로 안씨의 곡이다.
깡마른 체구에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독서열은 왕성했지만 집안 형편은 책 한 권 사줄 여유가 없었다. 소년은 틈만 나면 책이 있는 친구 집으로 달려갔다. 세계문학전집이니 위인전집이니 그 집에 있는 책을 먼저 읽은 것은 친구보다 소년이었다. 소년이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쓴 시 ‘겨울’이 청소년들의 필독서였던 잡지 ‘학원(學園)’에 실렸다. ‘학원’지는 당시 쟁쟁한 학생 문인들을 배출해냈다. 소년의 시를 선택한 사람은 고은 시인이었다. 고등학생 때 쓴 단편소설도 ‘학원’지에 실렸다.집안 형편 때문에 자신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비탈길 끝자락, 해발 220m에 위치한 그 집은 넓은 창마다 풍경화가 걸려 있다. 한쪽 창으론 북한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다른 쪽 창으로는 건너편 북악산의 봉우리가 마주하고 있다. 그 창밖으로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놀다 가고, 산 벚꽃이 피고 지면서 계절이 흐른다. 풍경은 어느 순간 형태가 있는 듯 없는 듯, 캔버스 안으로 들어가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사람들은 그 그림에서 기암괴석을 보기도 하고 겸재의 산수를 보기도 한다. 국내 대표 추상화가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윤명로(75·전 서울대 미대 학장)
변산에 오면변산의 별들이왜 아름다운지를 안다쏟아지는 운석을 쪼아서별밭을 만들어 놓은 금구원 조각공원 변산에 오면하늘의 별자리를 옮겨 놓으려고자기 몸을 깎아서 별을 만드는김오성을 만난다.-정군수의 ‘별’ 전북 부안 변산반도 서쪽 끝, 호랑가시나무 숲을 배경으로 알몸의 여인들이 봄볕을 즐기고 있다. 나무 그늘에 누워 책을 읽는가 하면, 두 손을 모으고 요가를 하고 있기도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도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들은 자연의 일부처럼 자유스럽다. 누드의 여인들은 조각가 김오성(66)의 작품이다
농부가 바닥에 철퍼덕 앉아 헤벌쭉 웃고 있다. 벌렁 누워 있는 농부도, 삽 들고 논일 나가는 농부도 뭐가 그리 좋은지 함지박만하게 입을 벌리고 있다. 흙투성이 주름진 얼굴들이 말한다. “인생, 어떻게 사느냐고? 그냥 저냥 웃고 살지.”전남 담양군 금산리 무월(撫月)마을. 서울에서는 290㎞, 광주광역시에서는 25㎞. 달이 어루만져주는 곳이라는 이 마을에는 농부들의 ‘욕심 없는 웃음’을 흙으로 빚어내는 도예가 송일근(54)씨가 살고 있다. 그 또한 농사꾼으로 살면서, 그가 딛고 선 마을의 흙으로 쓱쓱 빚어낸 ‘농부들’은 하나같이 ‘허